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은 헌법 제24조에 의하여 선거권이 보장되고 있고,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국민의 자율적 참여가 자유롭게 보장되는 21세기 "참여정부" 에서 선원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육상이 아닌 해상에서 투표를 하는 것이 행정상의 불편과 비용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는데, 지금도 바다에는 수만명의 선원들이 해상조업과 운항을 하고 있고 또 그들은 여전히 '그들' 정부의 외면속에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선박안에서 항해생활을 하는 선원들은 높은 파도와 시시각각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기상, 그리고 광폭한 해적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러운 산업역군으로 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선진 해양기술을 각국의 선원에게 전파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땅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이들의 존재를 외면해버리고 만다.
우리연맹은 지난 1998년에도 선원의 참정권이 현실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하여 줄 것을 청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행정상의 불편과 비용부담의 이유'로 즉각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다. 어렵지만, 선원의 투표행위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법들을 심도있게 고민하거나 노력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조차 단 한차례도 갖지 않았다.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여러 해 전에 이러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정부차원에서 수차례 모의실험을 실시한 결과 마침내 선상투표제도를 도입, 현재에는 모든 선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에 있다.
얼마전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는 선거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9세로 하향조정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외교관, 유학생 등에 대해서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국외부재자 투표제를 도입하는 것 등을 요지로 하여 정치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선원은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어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럽고 한편 분노스러울 따름이다.
이에 우리연맹은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선원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선상투표제를 실시하라!
선원들이 정치활동에 있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는 서둘러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
전문직업인인 선원의 경우 전 세계 바다를 주무대로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7%를 수송하고 국민의 수산식량을 확보하며 순수외화가득의 최일선에서 노동하는 산업역군이라는 점과 가정과 고국을 떠나 생활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애국심이 심대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건데, 국민의 대표를 결정하는 선거에 선원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소외감과 상처를 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 근로의욕을 현저히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다.
우리연맹은 정치개혁과 선거제도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에 발맞추어 선상투표제가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였고 마침내 지난 12월 8일 김형오 의원 대표발의에 55명의 국회의원이 동의하여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민으로서의 의무만 있고 권리는 누리지 못한 채 먼 바다에서 고단한 노동을 하고 있는 선원들이 더 이상 외면당하지 않게, 국민으로서 당당히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정부는 '안된다'는 부정적 전제하에 손사래만 칠 것이 아니라 모든 선원이 귀중한 한표를 행사하여 최소한의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길 바란다.
또한 지금 이 시각에도 대한민국 연근해,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고단한 해상노동을 하고 있을 선원들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쟁취할 수 있도록 제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연대를 호소하는 바이다.
2003. 12. 15.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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