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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승선이 격리다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20-07-02 조회수 : 187
<성명>
승선이 격리다
 
정부가 선원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최근 부산 감천항으로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정부는 7월 6일부터 선박에서 내리는 선원을 모두 진단검사하고 13일부터는 시설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조차 “사후약방문”이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우리 선원들은 분노하며, 초장기 승선근무로 지칠대로 지친 선원들을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침통해 하고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러시아 선박의 선원들은 감염된 상태로 부산항으로 들어왔고, 마스크 조차 거의 안썼으며, 비대면 전자검역으로 선원 전원이 건강상 특이사항이 없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이다. 방역의 구멍은 거짓 신고로 검역당국이 뚫렸는데, 가장 엄격한 조치는 애꿎은 다른 모든 선원에게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원노련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필사적인 예방조치를 펼쳐왔다. 선원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예방수칙 전파 및 철저한 실행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승선 근무하는 선원들은 약국에서 공적마스크 구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20만장을 제공받았고, 직접 구입 10만장 등 총 37만4천장으로 확보해 선원들에게 제공해 착용토록 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1천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수개월간 우리 선원들의 코로나19 예방노력의 결과는 ‘감염자 0명’이다. 아직까지도 선원노련 산하 해운과 수산조직의 감염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선원들의 일터이자 숙소인 선박은 그 자체가 격리공간이다. 지난 2월 일본에서 생지옥과 같았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사태, 이번 러시아 국적 화물선 아이스스트림호 등 선박의 코로나19 감염은 선원이 놓여있는 환경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박에서 1명이라도 감염자 발생하면 승선원 전체로 확산되지만, 1명이라도 없으면 그야말로 코로나19 청정구역인 것이다.
 
이런 선박의 특수성과 코로나19의 특성을 파악해, 세세한 항만방역관리대책을 마련하지를 못할망정, 하선하는 전 선원을 상대로 14일간의 격리 의무화는 너무도 가혹하다. 짧게는 수주일, 길게는 1년 가까이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예정된 승무기간을 넘어, 해사노동협약이 정한 12개월을 초과해 근무하는 선원들이 거친 파도와 싸우며, 가족과 사회와 떨어져 하는 승선이 곧 격리인데, 여기에 추가로 격리를 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나도 항해사 출신”이라며 6월말 장기간 승선 근무하는 선원에게 감사 서한을 보냈던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의 위로는 그저 말뿐이었나! 6월 18일 바티칸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별 메시지까지 인용하여 “선원정책의 주무장관으로서 선원들의 고충을 깊이 헤아려주신 것에 고맙다”라던 문 장관의 응답은 지금 우리 선원들에게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불과 일주일 전 6월 25일은 서럽고도 슬픈 ‘선원의 날’이었다. 만일 정부가 ‘선원교대 및 항만방역 지침’을 강행한다면, 참고 참았던 우리 선원들의 격렬한 저항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20년 7월 2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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